에스컬레이션의 법칙 — 갈등은 어떻게 걷잡을 수 없어지는가
통제의 우월성: 게임 이론으로 본 미국-이란 전쟁과 에스컬레이션의 법칙
서론: 지배력이 아닌 통제력의 시대
장 교수(Prof. Chang)의 “Game Theory #11: The Law of Escalation” 강의는 겉보기에 명확해 보이는 지정학적 우위성이 실제로는 얼마나 허약한 기초 위에 서 있는지를 보여준다. 국제정치학의 기존 패러다임은 군사력 우월성, 특히 핵무기 같은 전략적 자산이 전쟁의 결과를 결정한다고 가정해왔다. 그러나 장 교수는 역설적이면서도 설득력 있는 주장을 제시한다:
“Control is more important than dominance. Why? Because control is the idea of calibration.”
이 단 한 문장이 현대 국제관계의 핵심을 관통한다. 미국과 이스라엘이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이 이란과의 전쟁에서 자동적 승리를 보장하지 못한다는 논리는, 전통적 현실주의 국제정치학의 근간을 흔드는 것이다.
에스컬레이션 사다리: 단순함 속의 복잡성
장 교수가 제시하는 에스컬레이션 사다리(Escalation Ladder) 개념은 단순한 두 사람의 싸움으로 시작된다. A와 B가 우연히 마주친다. 사소한 말다툼에서 출발한 갈등이 욕설, 밀치기, 주먹질로 진행되고, 결국 칼과 총이 등장한다. 이 과정이 왜 중요한가?
장 교수의 설명에 따르면:
“You cannot perceive this game as just one between A and B who’s physically stronger there are other players involved as well. For example there are spectators or friends, there’s a crowd watching you. This is important because there’s also the police, right? Eventually the police will come.”
여기서 핵심은 게임이 격리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단순히 두 개체 간의 물리적 우위 게임이 아니라, 관찰자들, 국가기구, 그리고 도덕적 판관(심지어 신까지)이 모두 포함된 다층적 게임이다. 이는 개인 간 싸움뿐 아니라 국제전쟁의 맥락에서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세 가지 핵심 요소와 아드레날린의 역설
장 교수는 에스컬레이션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는 과정에서 세 가지 요소가 작동한다고 지적한다:
- 감정(Emotions)
- 힘(Power)
- 이성과 논리(Reason and Logic)
이들을 움직이는 힘은 아드레날린이다. 그런데 여기서 주목할 점은 아드레날린이 단지 부정적 결과만을 초래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Adrenaline is rushing in your system. And this adrenaline, it’s making you more angry, but it’s also making you stronger and more resolved. And it’s also telling you how to fight this battle.”
아드레날린은 동시에 분노와 강함, 그리고 투지를 불러일으킨다. 하지만 중요한 제약이 있다:
“It’s not about how fast you climb up the escalation ladder. If you get too angry and you overreact, then you are at fault, right?”
속도가 중요하지 않다. 정당성이 중요하다. 왜냐하면 싸움의 승리자가 결정되는 것은 물리적 우월성으로가 아니라, 경찰(또는 국제사회)에 자신의 행동을 정당화할 수 있는 능력으로이기 때문이다. 장 교수의 극단적 예시:
“You might hit that person, he might go to hospital, and you’ve won the fight, but then you go to prison for 10 years, in which case you’ve lost the fight.”
물리적 승리는 법적·도덕적 패배로 이어질 수 있다. 이는 미국-이란 전쟁의 맥락에서 절대적으로 중요한 통찰이다.
통제력(Control)과 보정(Calibration)의 전략적 의미
장 교수가 강조하는 “통제력이 지배력보다 중요하다”는 명제의 실제 의미는 보정(Calibration)이다:
“Control is the idea of calibration. Calibration means that you time or you structure or you strategize your response in a way that helps you achieve your strategic objective.”
이것은 단순히 절제를 의미하지 않는다. 도리어 매우 정교한 전략적 계산을 의미한다. 주먹을 던질 때도 다음을 동시에 고려해야 한다:
- 자신의 방어
- 상대방에게 주는 공포감
- 관찰자들에게 보이는 정당성
- 경찰에 제시할 수 있는 합리화
이러한 다층적 고려가 없이 단순히 물리적 우월성만으로는 승리를 보장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를 다르게 표현하면:
“Calibration is ultimately about strategic flexibility. And the idea of strategic flexibility is in a fight, the person who has the most options, the person who has the most flexible strategy will usually win the fight.”
전략적 유연성. 이것이 핵의 보유 여부보다 더 중요한 자산인 이유는 무엇인가? 왜냐하면 전략적 유연성이 있는 세력은 상황에 따라 다양한 대응책을 펼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핵무기만 있고 통제력이 없는 세력은, 그 무기를 사용했을 때의 파급효과를 감당할 수 없을 수 있다.
미국-이란 전쟁: 세 가지 결정적 질문
장 교수는 이 전쟁의 결과를 결정할 세 가지 질문을 제시한다:
1. 미국의 지상군 파견 여부
현재 미국과 이스라엘은 공중전 중심의 ‘포위 전술(siege warfare)‘을 펼치고 있다. 이 단계에서는:
“As long as it remains an air war, the United States can choose to deescalate and withdraw from the Middle East. They would lose this war, but the loss would not be catastrophic.”
철수의 대가가 상대적으로 제한적이다. 하지만 지상군 투입으로 에스컬레이션되면:
“If they choose to launch a ground invasion, it would escalate very quickly and they would be trapped in Iran for the next 5 to 10 years. It would be a catastrophe whether or not they win or lose.”
이것이 베트남 전쟁의 교훈이다. 초기의 작은 파견이 역사적 ‘미션 크리프(mission creep)‘를 통해 국가적 재앙으로 변모했다.
2. 핵무기 사용 여부
장 교수는 이 점에서 명확한 입장을 취한다:
“I am 100% confident that nukes will not be used at this time in this war.”
그 이유는 바로 우리가 앞서 분석한 에스컬레이션의 논리에 있다. 핵무기는 1945년 이후 금기(taboo)의 대상이었다. 이스라엘이 전술핵을 사용하는 것은:
“If Israel were to use tactical nuclear weapons, they would break this universal taboo and we might find ourselves in a nuclear apocalypse.”
단순히 군사적 이점을 얻는 것이 아니라, 전 세계적 정당성을 완전히 잃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통제력을 완전히 상실하는 행위다.
3. 알 악사 모스크 파괴 여부
세 번째 변수는 종교적 차원이다:
“There’s Mecca, there’s Medina, and there’s the Al-Aqsa Mosque. The Muslims believe that it is from the Al-Aqsa Mosque in Jerusalem where Muhammad ascended to heaven and the Jews believe that the Al-Aqsa Mosque sits on the site of their temple which is the house of God.”
만약 극우 이스라엘 종교주의자들이 모스크를 파괴한다면:
“Then the two billion Muslims in this world would be religiously obligated to go to war against Israel.”
이것은 이미 지정학적 갈등을 종교적·문명사적 전쟁으로 변모시키는 행위다. 통제력의 완전한 상실이다.
역사적 맥락: 강자의 딜레마
장 교수의 사례인 ‘학교의 깡패(bully)’ 비유는 실제 국제질서의 역사를 반영한다. 처음에 강자는 정당성을 가진다:
“At first people are okay with this system because they think that it’s actually beneficial because the bully is keeping the peace and order in that cafeteria, right?”
질서와 안정이 제공되기 때문이다. 미국의 전후 국제질서도 초기에는 이런 정당성을 가졌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The bully gets more and more arrogant because he feels invincible. Everyone just obeys him. So he develops the idea of hubris.”
과신(hubris)은 고대 그리스 비극의 핵심 테마다. 과도한 자신감이 미래의 몰락을 초래한다. 강자가 자신의 권력을 당연한 것으로 여기고 통제를 잃을 때, 약자의 저항은 집단화되고 정당화된다.
HERMES 관점: 지정학적 행위자의 딜레마
HERMES(Hierarchical Entity-Relation Mapping in Evolutionary Systems) 프레임워크에서 본다면, 현재의 미국-이란 갈등은 다음과 같은 특징을 보인다:
계층적 권력 관계:
- 미국-이스라엘 연합: 핵 보유, 군사 우월성, 기술 우위
- 이란: 지역 저항력, 종교적 정당성, 점증하는 국제적 지지
진화적 동역학: 장 교수의 모델에서 중요한 것은 이 게임이 정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매 단계마다 행위자들은 다음을 재계산한다:
- 물리적 손실/이득
- 도덕적·법적 정당성
- 국제사회의 평가
- 국내 정치적 대가
성공의 정의 변화: 전쟁 초기 미국의 성공 기준은 “이란의 군사 시설 파괴”일 수 있지만, 에스컬레이션이 진행되면서 성공의 정의는 “국제사회의 지지 유지”로 변모한다. 이때 통제력을 가진 세력(상황에 맞춰 유연하게 대응하는 세력)이 장기적 승자가 된다.
한국이 주목해야 할 교훈
이 강의가 한국 독자에게 갖는 의미는 무엇인가? 한반도는 강대국들 사이의 ‘학교 같은’ 지정학적 환경에 놓여 있다. 장 교수의 핵심 통찰을 적용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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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리적 힘의 우월성만으로는 부족하다: 한국이 경제적·기술적으로 강하더라도, 국제적 정당성과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등 강대국들의 신뢰를 잃으면 장기적 생존을 보장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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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컬레이션을 관리하는 능력이 핵심이다: 한반도 문제도 “한 번의 작은 도발이 전쟁으로 확대되는 경로”를 가지고 있다. 통제력 있는 외교와 안보 정책이 군사력보다 더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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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찰자들을 의식하라: 한국이 벌이는 모든 외교적·군사적 행동은 미국, 중국, 국제사회에 의해 관찰되고 평가된다. “왜 했는가”를 설명할 수 있는 정당성 없이는 승리도 없다.
결론: 통제의 시대로의 전환
장 교수의 “Game Theory #11: The Law of Escalation”은 21세기 국제정치가 단순한 힘의 논리에서 벗어났음을 보여준다. 핵무기 시대라는 것이 오히려 통제의 중요성을 극대화했다. 왜냐하면:
“It’s impossible to skip the escalation ladder. You have to go step by step because adrenaline is rushing in your system.”
상황이 일단 에스컬레이션되기 시작하면, 물리적 우월성을 가진 쪽도 그것을 효과적으로 사용하기 어려워진다. 모든 선택이 국제법, 여론, 도덕성으로 평가되기 때문이다.
미국-이란 전쟁이 어떻게 진행될지는 불확실하지만, 장 교수의 분석이 옳다면, 결과는 단순히 “누가 더 큰 폭탄을 가졌는가”가 아니라 “누가 상황을 더 잘 통제했는가”에 의해 결정될 것이다. 그리고 이것이 바로 현대 지정학의 진정한 게임의 규칙이다.
출처
- 영상: Game Theory #11: The Law of Escalation — @PredictiveHistory (Prof. Chang 강의)
- 자막 데이터: 제공된 YouTube 강의 자막 (영문)
- 학문적 참고: 게임 이론, 국제관계학의 현실주의·자유주의 패러다임 비교, 에스컬레이션 이론 (Schelling, 1966)